화, 04/23/2024 -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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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련 선생님...

제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시절에는, 거의 진학을 포기하거나, 대부분 교련문제로 퇴학(자퇴)를 당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졸업을 한 형제도, 그의 어머니께서 학교에 금전적 작업을 했다는 소문을 남기고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학교가 있는데, 교실청소를 안해도 되는 학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교실청소를 너무나도 싫어했던 저로서는 이왕 짤리는거 그 학교에 다니다가 짤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원해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교실청소는 해야했습니다. 헛소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원이었던 최형제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네 학교 선배의 이방인 아버지께서 정치쪽에 힘이 있어서, 네 선배가 안짤리고 2학년에 진학을 했으니 너도 퇴학 없이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정말 그 선배의 아버님의 덕분인지, 짤리지는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련이 문제인데요... 교련선생님은 교련보다는 성교육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시는 좋은 교련선생님이셨습니다. 그걸 일주일에 몇번 하냐 뭐 이런 내용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여간 실내 수업은 양질의 성교육을 받으면서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지킬 수 있었지만, 야외 수업은 교련선생님께 "제가 여호와의 증인이라서 제식훈련은 안됩니다."라고 말씀을 올렸습니다. 교련선생님은 실내 수업에서 JW와 제 이름을 거론하며 종교비하적 이야기도 가끔 하심으로 약간의 감정적 어려움을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야외수업에는 그냥 교실에 있으라는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교실에서 뭐 정석이나 풀었죠. 이제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이 가르치는 제2외국어 회화시간에도 외국인 선생님 무시하고 정석을 푸는 아이들이 있는 그런 경쟁적인 분위기여서, 제가 교련시간에 교실에 남아 수학공부한다는 소문이 나더군요. 실제 체육시간과 교련시간에 아프다는 핑계로 교실에 남아 시간을 벌어 내신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 등의 교내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었으니까요...ㅠㅠ 어짜피 교련은 '가'인데... 상당한 왕따가 들어오더라구요. ㅠㅠ 뭐 왕따...까짓꺼야... 좋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어느날 아버지께 여쭈었습니다. "아버지 저 대학가면 아버지 짤려요?" 왜냐면 너무 심한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대학의 목표도 없이 그냥 졸업이라는 목표만을 갖고 계속 그렇게 학교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학 자체에 대한 동경은 그리 없었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학문적 바탕을 갖고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었습니다. 아버지께선 "네가 알아서 해라..." 참 어려운 말씀이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본인은 주임으로 일하는데, 열심히 해서 대학 가라고 하시기도 그렇고... 대답하시기가 많이 어려우셨겠죠... 대학교는 가면 안되는데 공부는 열심히 해야하는 상황을 유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2학년 초에, 도저히 의미없는 학교 생활은 유지하기가 힘들어서 자퇴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생각이 너무 복잡해지니 신체적으로 병이 나더라구요. 자퇴후 바로 아버지와 가까웠던 김형님께서 운영하시던 '동x전산'에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회사에는 김형님의 아들인 김과장이라고 있었는데요... 그 분 이야기는 나중에...  ;)  지금까지도 후배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분이라는 점만 적고 싶습니다. ^^;;
 
나중에 10여년이 지나고, 한참 증인교리 문제로 밤낮으로 고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때로는 식음을 전폐하고 골똘하였고, 첫째를 낳고는 산후우울증으로 정신을 못차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하루는 문득 순회대회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습니다. 주말이니 아마도 대회를 하겠지... 그리고는 본인 대회도 아닌 퇴계원 대회장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가서 그냥 대회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아주 눈에 익은 한 분을 발견하였습니다.
 
교련선생님 @.@
 
증인이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사모님이 증인이였던 것이었습니다. 아... 그래서 나를 못살게 구셨구나(?)... 집에서 받는 JW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셨구나 ㅠㅠ  다 지난일이지만 조금은 따지고나서 형제사랑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 하나님은 나를 이렇게 인도하시는구나! 나는 증인을 해야 해! 대회장에 그렇게 간 것도, 증인이 되신 교련선생님을 만난 것도 여호와 하나님의 계시일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교련이라는 과목이 없어진 시대로 바뀌었기에, 교편을 계속 잡고 계시는지를 여쭈니, 계속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성교육학과가 생겼을리는 없는데... ^^ 논술로 전향하셨다고 하셨습니다. 학생들이 조금 불쌍해지기 시작했지만, 선생님께서 그 사이에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는 모르기에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속으로는 "그 학교 의리있네..." 
 
그리고는 중간에 두번 정도 학교를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드릴 때는, "요즘 증인생활 조금 못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모님 또는 자매님과의 어떤 기류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만 남기시고 자세한 이야기는 소주 한 잔 하면서 하자고 하셨습니다.
 
아... 제가 아직도 못 찾아 뵈었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형님, 아니 선생님과 꼭 소주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제게 '가'를 두 번 주셨지만 그래도 뵙고 싶습니다 ㅠㅠ
 
 그리고 형님과 아니 선생님과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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